흔히들 대구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한다. 그 특유의 맵고 짠맛이 강한 게 특징이라 그런지.. 그럼에도 대구에서만 제대로 된 완벽한 맛을 접할 수 있는 중독성 강한 음식들이 몇 가지가 있다.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뻘건찜닭, 닭똥집튀김을 비롯해 따로국밥, 납작만두, 신천할매떡볶이, 막창 등이 있지만 이렇게 좀 더 차가워진 날이면 불쑥 생각나는 건 동인동 갈비찜 골목의 양푼이 갈비찜이다. 이곳의 갈비찜은 달짝지근한 흔한 갈비찜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침이 맴돌고 이마와 등짝에서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는 뻘건 양념이 버무러진 갈비찜이다.



인수에 맞게 갈비찜을 주문하고 나면 조촐한 밑반찬이 차려지고 이내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붉은빛 갈비찜이 수북한 양푼이 식탁 가운데 들어온다. 이곳의 갈비찜은 진간장과 조선간장을 적절히 섞어 끓여둔 갈비에 주문과 동시에 이 갈비에 고추, 마늘 등의 양념을 버무려 열 전도율이 좋은 양은냄비에서 불 조절을 하며 마늘향 잔뜩 배이게 하는 식으로 조리된다.

그래서 이 갈비찜의 매운맛은 고춧가루가 만들어내는 매운맛이 아니라 마늘이 만들어내는 그윽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고춧가루의 붉은빛은 단지 시각적인 포장 정도. 그래서 무교동 낙지볶음식의 터질듯한 매운맛은 아니다. 매운맛에 민감한 식성의 소유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정도의 매콤함이다. 이마저도 걱정된다면 주문 시에 덜 맵게 해달라고 맛 조절을 부탁하면 된다.


갈비찜의 기본은 육질이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은 없으나 아! 고기를 씹고 있구나! 정도의 탄력과 부드러움이 있다. 하지만, 이곳 동인동 갈비찜 골목에서 갈비찜의 핵심은 양념 맛이다. 평범해 보이나 모방은 어려운 그런 맛이다. 이곳의 양념 맛을 복사하고자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평균 20~30년 전통의 맛을 하루아침에 구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양념은 갈빗살이 줄어든 시점에서 그 맛이 발휘되는데, 남은 밥을 양푼에 넣어서 비빈 다음에 상추나 깻잎에 싸 먹으면 고기에 뱄던 양념 맛과는 다른 더욱 깊은맛을 느낄 수가 있다.  보통 이쯤 되면 연방 이마나 등줄기에서 땀이 송송 맺히거나 주르륵 흘러내린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추위를 떨쳐 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


동인동 갈비찜 골목은 동인파출소 뒤편 한 골목길에 13개 정도의 갈비찜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길이다. 최근엔 리뉴얼 된 곳도 있고 공사 중인 곳도있고 해서 예전의 모습과는 달리 식당들도 커지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처럼 이곳의 식당에선 모두 비슷한 맛의 갈비찜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곳과는 다르게 어느 한 곳도 '원조'라는 타이틀을 내 건 곳은 없다. 이 골목의 식당들은 각자가 살아남으려고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다 함께 골목을 살리는데 더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체인점을 내는 곳이 없다. 가끔 타지역에서 대구 동인동 갈비찜을 메뉴로 내놓는 곳이 있는데 모방을 한 곳이지 전수를 받은 곳은 아니다. 물론 맛도 현저히 다르다.
 
대구 동인동은 내가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그래서 동인동 갈비찜 골목이라 불리기 이전에 이미 이곳의 갈비찜 맛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엔 갈비찜이라면 다 이런류의 것인줄 알았다가 서울로 유학을 오면서 동인동 갈비찜의 독특함을 알게 됐다. 대구 음식은 이상한 중독성이 있어서 불쑥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서울에서 가끔 같은 메뉴를 내놓는 곳이 있다 해서 찾아가 보지만 늘 실망만 하게 된다. 물론 대구의 원조(?) 맛을 보지 못한 서울친구들은 맛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을 대구로 직접 데리고 가서 맛을 보여주면 그들 역시 맛의 차이를 실감한다.  
글과 사진 | 금요일이야기


2007/12/06 13:41 2007/12/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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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pial 2007/12/06 18:11 수정/삭제댓글달기
    앗싸..일빠! ㅋㅋㅋ
    rss 피드에 뜬 제목을 보고.....보고 침 흘릴 것이냐....참고 궁금할 것이냐...고민 많이 했습니다.
    흐르릅 첩첩.....^^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2/07 10:48  수정/삭제

      앗 샛별님.. 이젠 무덤덤 해지지 않으셨어욥?! ㅎㅎ

    • sepial 2007/12/12 15:16  수정/삭제

      그러게 말이예요.....^^;
      근데 모... 저녁 때 배터지게 갈비뜯었다고 다음날 아침에 배 안고픈가요.....? 흑흑.

  2.  
  3. 밀쿠사마 2007/12/06 21:33 수정/삭제댓글달기
    앗싸..이빠!ㅋㅋㅋ
    대구표요리~ 더욱 더 많은 업로드 원츄~~~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2/07 10:49  수정/삭제

      이제 서울쪽 올릴껀데~욥

  4.  
  5. 먹는 언니 2007/12/07 15:03 수정/삭제댓글달기
    옴마얏! 매운갈비찜 무지 좋아하는데 정말 맛있겠네요. 대구라서 아쉽아쉽... ㅠ.ㅠ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2/07 22:15  수정/삭제

      ㅎㅎ 왠지 요고 먹는언니님이 신나라 하면서 잘 드실 것 같은데 아쉽네요.. ^^

  6.  
  7. mye 2007/12/08 20:01 수정/삭제댓글달기
    저 밥... 지금 완전 땡긴다..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7/12/10 23:42  수정/삭제

      밥 땡길 시간에 보셨구먼~ ㅎ

  8.  
  9. sepial 2007/12/19 01:39 수정/삭제댓글달기
    저녁에 베지테리안 핏짜를 먹었는데, 올리브랑 파때메 어찌나 속이 부대끼는지....
    입가심하려고 들렀어요....보기만 해도 얼큰하니 조오타~!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8/01/17 15:34  수정/삭제

      아우 sepial님 댓글을 이제서야 발견했네요;; 죄송..
      근데 항상 그렇게 이국식을 드시는거에요?!
      설마 그건 아니죠?!

  10.  
  11. 보이수 2008/01/08 19:22 수정/삭제댓글달기
    ㅋㅋㅋㅋ
    오랜만에 놀러왔다가 동인동 찜갈비 사진보고 침흘렸다...ㅋㅋ
    정말 한동안 안간거 같네...
    언제 시간내서 가야겠다....^^
    주인장아.... 또 대구 한번 안내려오나..??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8/01/17 15:35  수정/삭제

      놀러온것도 몰랐네;; 이제서야 다시 블로그에 신경쓸 수 있다. ㅎ
      이제는 명절때나 안 가겠나 싶은데? 인자는 막창 무러 가입시다~ ㅋ

  12.  
  13. seamind 2008/01/11 19:14 수정/삭제댓글달기
    블로그링크 통해 들어왔는데...예전에 대구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그런가...
    소개해 주신 음식들이 너무 정겹게 보이네요...정말 맛있을거 같습니다 ^^

    그리고 포스팅이 참 멋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나중에 또 들려도 되죠? ^^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8/01/17 15:36  수정/삭제

      오~ 링크 타고 들어오셨다니 너무 반가워요~ ^^
      게다가 대구서 사셨어요? 저두 고향은 대구라서요~ ㅋ
      종종 들려주세요~ 저두 스윽 가볼께요~

  14.  
  15. kisworld 2008/08/04 18:48 수정/삭제댓글달기
    오늘에서야 목록에서 대구 갈비찜 이야기가 있어서 봣네요 ㅋㅋ 저도 대구출신이라.. 고딩까지 대구에서, 대학부터 서울에서 직장을.... 총총총..
    주인장님이 대구분이셨구나.. 더 반가와요~~~ 지역색 나누자는건 아니에요 ^_^ ㅋㅋ
    • 금요일.이야기 주인장 2008/08/05 09:13  수정/삭제

      앗 저랑 똑같은 인생 코스를.. ㅎㅎ
      전 95년도에 상경해서 대학때부터 서울에 올라와서 주욱~
      버티고 있어요.. 와 정말 반가워요 ㅋㅋ 고향분은 언제나 반가워요
      냐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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